전기차 안전 규제 본격화
기술 과잉 문제 잡는다
주인공은 매립식 도어 핸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기술 과잉에 대한 첫 규제 카드를 꺼냈다. 그 중심에는 숨은 손잡이로 불리는 매립식 도어 핸들이 있다. 겉보기에 혁신적이고 공기역학적 이점을 갖췄지만, 실제 사고 시 탈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결국 중국 정부가 기준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월 샤오미 SU7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화재로 전소되는 사고에서도, 충돌 이후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객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달 ‘자동차 문손잡이 안전 기술’에 대한 강제 표준을 마련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 표준은 비상 상황에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보장하고, 매립식이나 터치식 손잡이가 쉽게 식별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전기차 공통의 흐름으로
공기역학 고려한 추세
중국 전기차는 브랜드와 디자인 모두 각양각색이지만, 매립식 손잡이는 최근 공통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손잡이를 누르면 반대편이 튀어나오거나, 센서가 손의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샤오펑은 이러한 디자인이 공기역학적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진보돼 보인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사고 사례에서는 이 기술이 오히려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 발생 시 충돌로 전원이 차단되면 손잡이가 작동하지 않거나, 긴박한 상황에서 조작법을 몰라 탈출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손잡이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전면 전체를 덮는 대형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고 조작 편의성을 떨어뜨려 안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물리 버튼이 없는 차량의 경우, 음성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시선을 화면으로 돌려야 하고, 이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만큼이나 치명적인 주의 분산을 유발한다. 운전 중 대형 화면을 계속 터치하거나 시선을 고정하게 되는 구조는 교통사고의 새로운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실제 사고와 관련된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디자인의 진보가 곧 안전의 진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은 더욱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 좇다가 과장된 마케팅
결국 표기법 바뀌기까지
중국 정부는 이번 도어 손잡이 규제를 통해 전기차 산업이 기술 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안전 중심의 기조로 회귀하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 주행이라는 표현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 대다수는 레벨2 수준의 운전 보조 기술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마케팅 표현이 운전자의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브랜드들은 자사 홍보 문구에서 자율 주행 대신 보조 주행으로의 표기 수정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손잡이 규제를 시작으로, 초대형 디스플레이, 허위에 가까운 자율주행 기술 등도 연이어 규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기술은 결국 산업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네티즌 역시 멋보단 안전이 먼저라며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매립형 손잡이 멋지긴 한데 사고 나면 못 열릴까 봐 불안했다”라는 의견도 있었고, “눈치만 보지 말고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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