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대한민국의 자동차 노조와 기업 간 투쟁의 역사는 자동차 제조업의 발달 과정과 함께 해왔다. 무기와 방패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화염병이 불길을 뿜었던 평택 공장 사태는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며, 현재까지도 맹렬하게 이어지는 노사 간 공방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과의 관계에 있어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조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 중엔 자동차에서 발생한 결함에 대해 제조사보다 이들의 원인이 더 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심지어 한국의 노조 문화 때문에 국내 진출을 망설이는 해외 브랜드까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대한민국 노조와 자동차 제조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국산차의 조립 불량 문제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꾸준히 전해지고 있는 국산차의 크고 작은 결함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최근만 해도, 신차에서 엔진 오일이 감소하거나, 겨울철 한파로 인해 머플러가 터져버리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하여 논란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차량 부품이 잘못 장착된, 혹은 아예 장착되지 않은 상태로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조립 불량 문제도 흔하게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국산차의 크고 작은 조립 불량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집단이 있다. 바로 자동차 제조사의 노조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공장 근로자의 근무태도이다
자동차 업계의 강성노조, 귀족 노조 문제는 꾸준히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특히, 내부 고발을 통해 제조 노동자들이 이어폰을 끼고 근무하거나, 근무지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전해지면서 제조 노동자들의 근무 태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장 홍보 영상에선 차량을 검수하던 노동자가 승합차의 문을 발로 차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고객에게 인도되어야 할 차량으로 카풀을 즐기거나, 차 안에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노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보다
국내 제조사의
평균 연봉이 더욱 높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근무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안일한 근무 태도를 일삼으면서도, 깔끔한 일본의 공장 노동자들이나 체계적인 독일의 노동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제공받고 있는 것도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이다.

국내 대표 제조사인 현대자동차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9,580만 원이며, 기아의 평균 연봉은 8,640만 원 정도이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르노 삼성, 쌍용자동차, 쉐보레 등 중견 3사의 평균 연봉은 5,8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임금 10분의 1 수준인
인도보다도 생산율이 떨어진다
그런데, 해외 대비 높은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국내 자동차 공장의 생산율은 해외 대비 저조한 수준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7시간이다. 반면, 인건비가 국내의 10분의 1 수준인 인도 공장에서 차량을 한 대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7시간에 불과하다.

물론 차량의 크기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단순히 생산 시간만 놓고 봤을 때 10시간이라는 차이는 크다. 더불어 비효율적인 공장 가동률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년 4분기, 공장 가동률은 106%를 기록했지만, 실적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짧은 노사 협상 주기로
매년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대비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인해 저조한 생산율을 보이며, 생산된 제품의 품질을 저하시키고 있는 노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인식에도 아랑곳 않고, 노조는 꾸준히 임금 인상이나 복지 수준 향상 등의 조건으로 파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미국 시장 대비 짧은 노사 협상 주기가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노사 협상 주기는 4년인 반면, 국내는 상대적으로 짧은 1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당장 법에서 규정하는 노사 협상 주기가 이렇다 보니, 매년 현대기아차에서 노조 파업 소식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의 경영난에도 아랑곳 않고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자동차 강성 노조 문제는 비단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조한 입지로 꾸준히 경영난을 기록하고 있는 중견 3사에서도 노사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르노 삼성은 최근, 부산 공장이 16년 만에 생산 기록 최저치를 기록하고,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에 도미닉 시뇨라 CEO는 기업의 현금 소진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하며 임직원들에게 협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르노 삼성 노조는 지난해부터 임금 단체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합법적인 파업권까지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지엠은 작년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파업이 강행되어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미 20년간 총 11번의 파업을 진행해왔던 터라, 꾸준히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강행하고 있는 노조 파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12년 만에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자동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다른 중견 제조사에 비해 파업 빈도가 적고 요구 수준도 차이를 보이지만, 평택 공장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산업 은행 이동걸 회장의 “흑자 전환까지 일체의 파업 금지”라는 조건도 이러한 선례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본인들의 권리만큼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집단을 구성하는 것은 통상적 ‘갑’인 회사와 맞서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노조들이 한 가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본인들과 같은 노동자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제조 노동자들의 과실로 인한 컴플레인을 일선에서 해결하고 결함에 대처하는 회사 직원들도 본인과 같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하다. 본인들의 노동에 대한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이들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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