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브랜드 ‘미니’
충격적 근황 전해졌다
원산지가 중국으로?

미니 일렉트릭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의정부llPMH”님

영국 자동차 산업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현재는 예전만 못한 근황을 보여주고 있다. 벤틀리는 폭스바겐으로, 복스홀은 스텔란티스로,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인도의 타타자동차, MG와 로터스는 각각 중국의 상하이자동차, 저장지리홀딩그룹으로 인수됐다. 그나마 인수되지 않고 남아있는 브랜드는 애스턴 마틴, 케이터햄, TVR 등 소규모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나 이네오스, 고든 머레이 오토모티브 등 신생 제조사들뿐이다.

그중에서도 맥라렌은 자금난에 허덕이며 테크놀로지 센터까지 매각하는 등 파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롤스로이스와 함께 BMW 산하에 있는 미니의 암울한 전망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영난, 파산 위기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헤리티지가 브랜드 핵심 자산인 미니의 정체성이 뒤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 이정현 기자

1959년형 모리스 마이너 미니 / 사진 출처 = “Classic&Sports Car”
로완 앳킨슨과 로버 미니 / 사진 출처 = “ITV”

1950년대 등장한 국민차
영국의 상징 그 자체

우선 미니의 역사를 가볍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복잡한 국제 정세로 인해 유럽 내 유가가 폭등했던 1956년, 영국은 석유 배급제를 도입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고 연료 소모가 많은 대형차 시장은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내 상당수 국가의 완성차 업계는 고유가 시대의 고육지책으로 소형차들을 앞다퉈 출시하기 시작한다. 이때 영국 1위 규모 자동차 기업이었던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가 내놓은 차가 미니의 원조 격인 ‘모리스 마이너 미니’, ‘오스틴 세븐’이었다.

현행 국산 경차보다 작은 차체에 배기량 848cc짜리 엔진을 얹어 공차중량이 590kg에 불과했던 오리지널 미니는 귀여운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고 어느새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넘기는 영국 국민차가 되었다. 비틀즈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배우 로완 앳킨슨 등의 유명 인사들도 미니의 판매에 일조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미니는 브랜드명을 넘어 영국의 상징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2001년형 미니 쿠퍼 /사진 출처 = “Barons Auctions”
미니 옥스포드 공장 / 사진 출처 = “BMW Blog”

BMW 인수 후에도 영국산
내년부터 전기차는 중국산

로버 그룹 산하에 있던 미니는 2000년 BMW에 인수된 후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BMW는 미니 모델의 루프, 사이드미러, 램프 등 디자인 곳곳에 유니온잭을 활용했으며 생산 시설 또한 영국 옥스퍼드에 배치하는 등 미니가 영국 혈통임을 최대한 강조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당시 공장 총괄자였던 시절 “옥스퍼드 공장이야말로 제조업의 위대한 이정표”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만간 이 모든 헤리티지가 공중분해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 미니의 인기와 생산 원가를 고려해 미니 전기차를 모두 중국 동부 장쑤성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최근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현행 미니 일렉트릭과 출시를 앞둔 전기차 에이스맨은 중국산이 되는 셈이다.

미니 일렉트릭 / 사진 출처 = “Wikipedia”
미니 에이스맨 스파이샷 / 사진 출처 = “Car Magazine”

내연기관은 2030년 단종
“정체성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내연기관 모델은 어떻게 될까? 다행히 중국산이 아닌 영국산으로 남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을 탑재한 신차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이며 늦어도 2035년까지 여러 국가들이 내연기관을 퇴출하기로 선언한 만큼 영국 옥스퍼드 공장은 사실상 시한부 운명이다. 결국 내연기관 미니 라인업이 모두 단종되는 2030년부터는 중국산 전기 미니만 남게 된다.

네티즌들은 “볼보도 중국에서 생산되고 미니마저 중국으로 넘어가네..”, “우리나라로 치면 그랜저를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품질 박살 나겠다”, “아무리 설계를 영국에서 했어도 중국 땅에서 중국인 손을 탄 차를 영국차라고 볼 수 있을까?“, “정체성을 통째로 갖다 버렸다”, “이젠 지붕에 오성홍기 붙이고 나오겠네” 등의 실망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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