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꺾이는 신차 수요
억대 자동차 판매 급증
최다 실적 갈아치운 브랜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공급자 우위 양상 속에 신차 수요는 견고한 듯 보였지만, 할부 금리 인상으로 신차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수요 위축 조짐이 보이자 각 제조사는 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데, 억대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출고가 1억 5천만 원 이상의 럭셔리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총 22,455대로 전년 동기대비 36.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억대 자동차 고객들은 경제 불황 영향이 덜하며, 수입차 보편화에 따라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상품을 사고 싶어하는 ‘백로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추세는 비단 국내에서만 관측된 것이 아니며, 초호화 브랜드들은 역대 최다 실적을 일제히 경신했다.

김현일 기자

벤테이가의 만점 활약
기록 경신 이어간 벤틀리

영국 럭셔리카의 자존심 벤틀리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역대 최다 판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폭스바겐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벤틀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종전 최고 기록보다 4% 증가한 총 15,174대의 실적을 올렸다. 사측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판매량이 약 9% 감소했지만 PHEV 모델 등 신차 효과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럭셔리 SUV”라며 벤테이가의 실적을 강조했는데, 벤테이가는 지난해 브랜드 총판매량의 42%를 차지했다.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CEO는 “예측 불가능한 또 다른 해였다”라며 “우리는 심각한 역풍을 극복하고 견디는 힘을 발휘해 3년 연속 판매 기록을 수립했다”라고 말했다.

평균 판매 가격 6억 이상
역사상 최초로 6천 고지 넘어

말이 필요 없는 최고급 자동차의 대표 주자,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6천 대 고지를 넘으며 총 6,021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사측에 따르면 기록적인 판매량과 함께 맞춤 제작 형식의 비스포크 모델 주문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해당 소비는 주로 중동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판매된 롤스로이스 차량의 평균 가격은 53만 4,000달러(한화 약 6억 6,589만 원)였고,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대형 SUV 컬리넌이었다. 토르스텐 뮐러 외트뵈스 롤스로이스 CEO는 “경기 둔화나 침체 등 우리는 어떤 부정적 영향도 감지하지 못했다”라며 “2023년까지 사전 주문이 확보되어 올해도 낙관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국내서 잘나가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날개 달고 최고 기록

국내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가파른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2019년 173대에서 2020년 303대, 2021년 353대를 판매하더니 올해도 403대의 실적을 올렸다. 국내 판매량 폭증을 주도한 모델은 309대의 우루스였고,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관측되었다.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5,367대가 팔린 우루스의 선전에 힘입어 총 9,233대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했다. 이는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이며 가장 큰 시장은 2,721대가 팔린 미국이었다. 이에 대해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18개월의 대기자 명단 덕분에 우리는 다음 목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라며 “2023년은 도전과 변화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총 80대 인도한 부가티
가격 따지면 압도적 1위

이탈리아의 하이퍼카 제조업체 부가티도 지난해 어느 때보다 많은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며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판매 평균 가격을 비교하면 아마 압도적인 업계 1위가 유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것이 부가티의 2022년 글로벌 판매 실적은 총 80대이다.

부가티는 890만 달러(한화 약 110억 원)를 호가하는 센토디에치 10대와 390만 달러(한화 약 48억 5,940만 원)의 시론 슈퍼 스포트 300+ 9대를 포함하여 천문학적인 가격의 차량을 인도했고, 500대 한정 생산하는 부가티 시론은 400번째 차량까지 납품을 완료하여 이제 100대의 시론이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럭셔리카 텃밭 되나
초호화 브랜드의 극진 대우

지금까지 살펴본 브랜드 외에도 초고가 자동차 시장 수요는 증가 추세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대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여주며 세계 명품 소비 7위 국가의 잠재력을 발산하고 있다. 디터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총괄 지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라고 평가했고, 토르스텐 뮐러 외트뵈스 롤스로이스 CEO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롤스로이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주목도가 달라지면서 한국 시장에 공격적인 신차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페라리는 브랜드 첫 SUV 모델인 푸로산게를 아시아 시장 최초로 한국에 내놓았고, 람보르기니도 스테판 윙켈만 CEO가 직접 한국을 찾아 글로벌 출시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우루스S를 국내 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차도 많이 들어오고 서비스도 개선되고 있다”라며 “(불황에도)오히려 시장이 더 발전해 갈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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