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구독은 왜 하지.. EV9에 탑재된 레벨 3 자율주행, 사고 나면 싹 다 운전자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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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에 탑재되는 ‘HDP’
국내 첫 레벨 3 자율주행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일까?

기아 EV9 / 사진 출처 = 네이버 남차카페 ‘경기ll숏카’님

올해 출시 예정 신차 중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기아 EV9은 공개 이후에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금껏 출시된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덩치를 지녔으며 가격 역시 가장 비싸다. 시작 가격은 7,671만 원이지만 풀옵션 사양은 1억 원을 훌쩍 넘긴다.

이외에도 국산차 최초로 옵션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데,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사용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현 기자

라이다 센서가 탑재된 기아 EV9 HDP 테스트카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우파푸른하늘Woopa TV’
기아 EV9 GT 라인 운전석

옵션 값만 750만 원
운전대 놔도 안전해

기아 EV9에는 레벨 3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 기술 ‘HDP’가 750만 원짜리 옵션으로 제공된다. HDP는 기존 레벨 2 자율주행 시스템인 HDA와 달리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전방 차량과의 안전거리, 차로 중앙을 유지하며 최고 속도 80km/h까지 지원한다.

EV9에는 라이다 2개를 포함해 15개의 센서와 정밀 지도, 통합 제어 모듈이 탑재돼 주행 환경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해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기아는 HDP 작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상황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한다.

HDA2 작동 중인 제네시스 G90 /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MilesPerHr’

만일의 상황 대비해야
전방 주시 의무는 여전

하지만 사고 시 책임 소재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단계에 따르면 일명 ‘반자율 주행’이라고 불리는 레벨 2 주행 보조 시스템은 운전자의 주의와 개입이 항시 필요해 책임 소재가 명확했다. 그러나 EV9에 탑재된 HDP는 차량 통제권이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첫 단계인 만큼 문제가 복잡해진다.

차량이 자율주행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운전자에 주도권을 넘겨줄 경우 운전자가 이를 제때 수행하지 않거나 전방 주시 의무 등 안전 수칙 준수를 소홀히 하면 운전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기아가 이런 부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EV9의 매뉴얼에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HDP 작동 시 운전대를 놓고 있을 수는 있지만 도로에서 시선을 떼는 것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드라이브 파일럿 작동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 사진 출처 = ‘Motor Authority’
사진 출처 = ‘New York Post’

만약 차량 결함이라면?
보험사가 직접 움직인다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판단했을 때 전방 도로 상황이 불분명하거나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운전자에게 주행 권한을 넘기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띄울 것”이라며 “80km/h라면 빠른 속도인 만큼 운전자가 언제든 운전대를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레벨 3부터는 사고 유형에 따라 제조사에도 책임이 주어질 수 있으니 이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탈출구를 마련해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독일은 자율주행 도중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은 자동차 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자율주행차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기본이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가 확인되면 보험사가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조사 위원회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절차 역시 마련된다. 하지만 당장 급발진 의심 사고만 놓고 봐도 국내에서는 제조사 과실로 인정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만큼 이러한 제도가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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