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M, 낭만의 시대였다
토요타 체이서 마크 5
속이 꽉 들어찬 스포츠 세단

일본은 경차의 천국이라고 해도 무방한 시장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일본은 지금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실험적인 자동차가 넘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미국 소비자들이 부러워하던 금단의 과일 같은 존재가 많았는데, 토요타 체이서가 바로 그 주인공 중 하나다. 25년 이상 경과한 차량의 수입을 허용하는 미국의 법 규정에 따라, 미국 땅을 밟지 못했던 과거를 뒤로 한 채 이 JDM의 상징이 미국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됐다.
특히 1997년형 JZX100 체이서 투어러 V는 FR 레이아웃에 276마력의 2,500cc급 직렬 6기통 터보 엔진(1JZ-GTE)과 수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겉보기엔 점잖은 중형 세단처럼 생겨도 그 속은 내실이 가득 옹골찬 스포츠 세단이다. 마크Ⅱ와 크레스타와 플랫폼을 공유했지만, 체이서는 그중 가장 역동적인 모습과 거동을 보여주며 당대 젊은 드라이버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보닛 아래 숨은 괴생명체
타이어는 그저 소모품입니다
체이서의 진정한 매력은 보닛 아래에 있다. 1JZ-GTE는 강력하면서도 내구성이 높은 구조로, 순정 상태에서도 276마력과 38.6kgf·m의 토크를 낸다. 그러나 이 엔진은 설계 마진이 크고 내구성이 좋아 튜닝하기 좋은 엔진으로 유명하다. 인터쿨러, 인젝터, ECU 맵핑만 해도 500마력 이상을 무난히 달성하며, 심지어 600마력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토요타가 이 정도의 성능을 일반 세단에 숨겨놓았다는 사실은 광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드리프트 문화 속에서도 체이서는 빠르게 아이콘이 되었다. 긴 휠베이스, 균형 잡힌 무게 배분, 후륜구동 조합은 고속 드리프트에서 안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도심 출퇴근 차량으로도 쓰였던 체이서가 서킷과 스트리트 문화를 오가며 양쪽 모두를 만족시켰다는 건 지금 봐도 놀라운 일이다. 출퇴근 할 땐 점잖은 신사였다 주말만 되면 화려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운동신경을 뽐내는 멋진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빠를 것이다.


펀카의 구성 요소 모두 갖춰
하지만 편의성도 놓칠 수 없죠
이제 JZX90과 JZX100 모두 미국 반입이 가능해졌고, 특히 JZX100은 이 전 세대 대비 세련된 외관과 크게 개선된 인테리어, 풍부한 애프터마켓 부품 수급으로 더욱 주받는다. 강성이 좋아 튜닝하기에 안성맞춤 수준인 섀시와 멀티 링크 서스펜션, LSD, 그리고 수동 변속기는 체이서를 얌전한 세단에서 바로 드리프트 카로 탈바꿈시킨다.
외관은 정제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실내는 오토 에어컨, 우드그레인, 고휘도 하이비전 클러스터 등 편의성과 고급감을 동시에 잡아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직물 또는 가죽 시트, 넓은 적재공간은 이 차가 편의성을 포기하면서 재미만 추구하는 차가 아님을 보여준다. 통근과 주말 드라이브, 서킷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튜닝 가능해
확실히 유산으로 남을 車
1990년대 토요타의 기술력과 개성이 농축된 체이서는 지금 봐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택지다. BMW E39 540i, 닛산 로렐 등 동시대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구동계 밸런스와 튜닝 잠재력은 압도적이다. 게다가 일본의 대형 세단 튜닝 문화 중 하나인 VIP 스타일까지 소화하는 고급스러움까지 갖춘 것은 이 차를 2대 이상 구매해 각자 다른 콘셉트로 튜닝하고픈 욕망을 숨기기 힘들게 만든다.
이 차는 1990년대 JDM 세단이 가졌던 감성과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환경 규제에 굴복하는 바람에 조용하고 심심한 차만 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체이서는 자동차 튜닝 마니아의 갈증을 완벽히 해소해 줄 것이다. 이제 각국의 도로 위에서 체이서를 보는 일이 흔해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전설적인 토요타 스포츠 세단의 가치가 오를 테니 관심이 있다면 빨리 낚아채자. 아, 만약 더 고급스러운 세단을 원한다면 토요타 아리스토 (렉서스 GS)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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