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업체 전설 이탈디자인
폭스바겐 품에서 떠나간다
다음 행선지에 업계 이목 쏠려

1968년 설립되어 수많은 명차 디자인을 탄생시킨 이탈디자인(Italdesign)이 매각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이탈디자인을 소유 중인 폭스바겐 그룹 산하 람보르기니가 이 회사를 시장에 내놓으려 한다는 소식이 이탈리아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특히 검토 차원을 넘어 이미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매각 움직임은 폭스바겐 그룹의 경영난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그룹 전체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난은 심화하고 있으며, 이미 독일 내 주요 생산 시설 폐쇄와 대규모 인력 감축까지 예고된 상태다. 결국, 유럽의 대표적인 디자인 명가까지 정리 대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속된 자본 잠식의 결말
여기서 또 중국의 등장
이탈디자인은 이탈리아 현지 언론이 이탈디자인의 매각 소식을 최초로 보도하면서,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미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는 5월 12일과 19일, 직원들과 산업 노조 대표단과의 회의가 연달아 예정돼 있어 사실상 회사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의 중심지였던 토리노는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해외 자본에 잠식당하고 있다. 피닌파리나는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넘어갔고, 베르토네는 2014년 도산 이후 2022년 다시 중국계 자본으로 부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탈디자인마저 중국이나 타 해외 자본에 인수될 경우, 토리노 자동차 산업의 역사적 자존심마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인수 후보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 자본이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만큼, 이탈디자인 또한 중국 기업의 품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세계 자동차 디자인 추세가 바뀔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가야르도부터 MC12까지
꽤 중요한 향방, 업계 이목 집중
이탈디자인은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명차들을 디자인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회사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물론, BMW M1, 로터스 에스프리, 드로리안 DMC-12, 그리고 마세라티 MC12 등 수많은 명작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도 이탈디자인은 폭스바겐 산하에서 여러 콘셉트카와 프로토타입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해 왔다.
람보르기니가 2010년 이탈디자인 지분 90.1%를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유럽 대표 자동차 제조사의 품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국 1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등장하면서, 57년 역사의 디자인 명가가 어디로 향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연 이탈디자인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새로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 가게 될까.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은 물론 자동차 애호가들의 시선이 이탈디자인의 운명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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