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연기까지?” EX90 생산 중단됐다는 볼보, 현재 상황

생산 지연과 감원
볼보, SUV EX90
계속된 출시 차질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Autogefühl’

볼보 자동차가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기 SUV EX90의 생산 일정이 또다시 어그러졌다.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리지빌 공장에서 생산 중이던 EX90 생산이 돌연 중단된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공정상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보다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EX90은 볼보의 전동화 전략을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로 기대를 모았으나, 잇따른 문제로 인해 시장 데뷔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볼보의 이 같은 반복 생산 차질은 브랜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Autogefühl’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Autogefühl’

공급망 문제에
공장 감원까지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에 따르면, 최근 볼보는 EX90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적인 원인은 특정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공급망 문제는 부품 수급 차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여전히 반도체와 핵심 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볼보 역시 예외가 아닌 셈이였다.

볼보는 다행히 해당 부품의 공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지난 5월 31일부터 EX90의 생산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여파는 일시적인 부품 부족에 따른 생산 지연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공급망 혼란이 발생한 같은 시기, 볼보는 공장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리지빌 공장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 약 2,500명 중 125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약 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해당 인력 감축은 단기적인 조치라기 보다 전반적인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 된다.

볼보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불확실한 미국의 무역 정책과 관세 변화, 글로벌 전기차 수요의 둔화를 함께 지목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 관세 정책의 변화가 잦았으며, 이는 외국계 제조사의 생산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초기 폭발적인 수요에서 점차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도기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에 볼보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효율화와 생산 유연성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채널 ‘Autogefühl’

반복되는 생산 차질
소비자 신뢰 무너져

EX90의 생산 차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볼보는 이전에도 EX90에 탑재될 예정이던 라이다 센서 소프트웨어의 통합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를 겪으며 차량 출시 일정을 2023년에서 2024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 핵심이 되는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안정성은 절대적인 요건이다.

해당 지연은 일정이 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EX90의 상품성과 신뢰성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졌다. 여기에 생산설비를 운영하는 핵심 거점인 미국 공장에서 감원까지 발생하면서, 글로벌 소비자들은 볼보의 장기적인 전기차 전략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볼보는 향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당장의 혼란을 완전히 상쇄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EX90은 볼보가 테슬라를 비롯한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서기 위해 개발한 상징적 모델인 만큼, 이번 생산 차질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여파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어진 기자 Parkej@auto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