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구입하고 나서 번호판을 달게 되면 그때부터 중고차가 되어 차 값이 하락하게 된다. 차 값 하락 속도는 차량 종류나 인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10년 정도가 지나면 새 차의 15~20% 수준으로, 15년이 지나면 10% 미만으로 가치가 크게 감소하게 된다.

출시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서 상당한 가격을 자랑하는 차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로 쌍용차의 이스타나가 있다. 당시 승합차의 전설이라고 불렸으며, 지금도 통학용 승합차 등으로 수요가 상당히 많아 신차가의 40% 정도를 유지할 정도로 가격 방어가 상당히 잘 되는 모델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여전히 중고 가격이 보장된다는 쌍용 이스타나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이진웅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영혼이 가장 많이 들어간 차
쌍용은 당시 고급 SUV 무쏘를 개발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제휴를 맺었으며, 디젤 엔진 공급을 요청했다. 때마침 벤츠에서도 새로운 승합차 모델이 필요했던 터라 디젤 엔진을 쌍용에게 내주는 대신 승합차의 OEM 생산을 요청했다.

이렇게 벤츠와 쌍용자동차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나온 차가 바로 이스타나며, 플랫폼이나 엔진 등 일부만 가져다 쓴 무쏘와 체어맨, 뉴코란도와는 달리 벤츠 차량을 그대로 생산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B100 플랫폼과 2.9리터 5기통 602 자연흡기 디젤 엔진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원박스형이면서 전륜 구동이라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으며, 수동변속기 모델로만 나왔다. 원래 자동변속기 모델도 출시하려고 했지만 당시 쌍용차의 기술력이 부족해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배제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쌍용 이스타나로, 해외에는 벤츠 MB100 3세대 모델로 판매했으며, 이스타나 광고에도 해외에는 벤츠로 판매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1997년에는 광고에 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이 직접 출연했다고 한다.

출시되자마자
승합차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승합차 시장은 현대 그레이스가 장악하고 있었다. 기아 베스타는 엔진의 고질적인 결함 문제로, 아시아 토픽은 잔고장이 심한 편이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타나는 벤츠의 기술을 등에 업고 나타나 돌풍을 일으키면서 베스타와 토픽을 누르고 그레이스와 경쟁을 시작한다.

출시 당시 생산량이 주문량을 못 따라갈 정도였다. 주문이 9,500대나 밀렸다고 한다. 승합 차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1995년 출시 이후 9월에는 점유율 13%, 연말에는 20%, 이듬해에는 30% 이상 올라갔다. 언론에서는 무쏘 신화에 이어 이스타나 신화라고 평가했다.

이스타나가 출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아차가 베스타 후속인 프레지오를 출시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다시 이스타나에게 밀려나게 되었고, 그레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적도 많았다.

고급화 전략으로 인해 그레이스와 프레지오에 비해 비싼 편이였다. 2003년 단종 직전 그레이스 풀옵션 가격은 1,378만 원, 프레지오 풀옵션 가격은 1,530만 원이었던 데 반해 이스타나의 풀옵션 가격은 1,788만 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급화 전략이 잘 먹혀든 탓에 매우 잘 팔렸다.

이스타나가 가진
여러 가지 장점
이스타나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쟁 모델 대비 차체가 컸으며, 전륜 구동 방식이었기 때문에 실내 공간이 매우 넓었다. 또한 15인승 모델은 그레이스와 프레지오가 뒷부분을 늘린 반면, 이스타나는 휠베이스를 늘려 더 안정적이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매우 낮은 수치였지만 당시 승합차 모델 중 출력이 가장 높았다. 다른 모델보다 배기량이 높은 메르세데스-벤츠 602엔진을 탑재하고 95마력을 발휘했다. 매연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연료 민감성이 낮아 저품질 경유를 넣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고급화 전략으로 하이 루프 모델에 리어 스포일러가 존재했으며, 실내도 일자 형광등이 적용되어 고급스러움을 어필했다. 물론 그만큼 차량 가격은 더 비쌌다.

또한 모노코크 방식이었던 그레이스와 프레지오와 달리 이스타나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인 데다 엔진이 운전석 앞쪽에 위치해 원박스카임에도 불구하고 전방 충돌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차체 강성은 지금 나오는 그랜드 스타렉스보다도 더 우수하다고 한다. 간단한 정비도 전면의 세미보닛만 열면 가능했다.

평균 중고가 약 500만 원
중고 가격 보장되는 차
튼튼한 차체 강성, 잔고장이 없는 장점 덕분에 지금도 상당 개체 수가 남아 있으며, 종종 도로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그레이스나 프레지오에 비해 평균 중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트림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이스타나의 중고 가격은 평균 500~600만 원 정도 된다. 2002년식 기준 신차가격이 1,118만 원~1,568만 원인 점을 보면 신차가의 40% 정도 형성하고 있다.

그레이스와 프레지오도 이스타나보다는 낮지만 어느 정도 중고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레이스는 평균 400만 원, 프레지오는 평균 300만, 이스타나보다 늦게 단종된 봉고3 미니버스는 평균 450만 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타나가 높은 중고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높은 품질뿐만 아니라 해당 차급에 대응하는 신차가 없기 때문이다. 카니발은 최대 11인, 스타렉스는 12인까지 승차 가능하지만 꽉 채우면 공간이 좁아 9인 정도까지만 승차하며, 쏠라티와 마스터는 차가 너무 커 운전하기 부담스럽다.

반면 이스타나는 최대 15인까지 태우고도 공간이 여유 있는 편이며, 크기도 적당한 편이여서 학원이나 유치원 등 통학용으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외에도 6인승 밴 모델도 최대 6인까지 태울 수 있으면서 적재 공간도 상당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많으며, 12,15인승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중고 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도
많이 찾는 모델
이스타나는 동남아에서 인기가 좋아 수출이 많이 되고 있는 점도 중고 가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데 한몫한다. 동남아는 국내보다 기온과 습도가 높으며, 도로포장상태가 좋지 않아 부식에 매우 취약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차가 고장 나면 비용이 많이 들어 수리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고장 잘 안 나고 부식 걱정 없으며, 엠블럼 빼면 사실상 벤츠 모델이기 때문에 이스타나를 많이 찾는다. 수출업자들도 상당히 좋아하는 매물로, 가지고 오기만 하면 중고매장보다 값을 더 후하게 쳐줄 정도라고 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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