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yard의 약자로,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들이고 싶지 않은 시설을 반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서초구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서초구의 양재 수소충전소 연내 재개장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 화제다. 서초구청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단숨에 ‘양재 수소충전소 설명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오히려 주민들의 행보가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더하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수소충전소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인턴

(사진=금강일보)

양재 수소충전소
연구용 시설로 시작
양재 수소충전소는 본래 현대자동차의 수소충전 연구용 시설로 운영됐다. 그 후, 넥쏘가 출시돼 양재 수소충전소는 일반인들도 쓸 수 있는 시설로 전환됐다. 하지만 장비 노후화 등의 문제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일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현대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올 연말 양재 수소충전소 운영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연내 양재 수소충전소를 열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이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최근 양재 수소충전소 운영 대행을 산하기관인 서울에너지공사에 맡긴 상황이었다.

(사진=연합뉴스)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는 없었다
최근 서울시는 선진화된 수소충전소 운영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고 충전설비까지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이 제대로 실천되기 위한 최우선의 조건은 서초구청의 동의였다.

이에 서초구청은 주민설명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뜻하지 못한 장벽을 맞닥뜨렸다. 수소충전소를 주로 이용하는 넥쏘 오너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수소충전소를 이용하는 당사자는 자신들인데 어째서 사전 통보도 없이 주민 설명회를 열고, 수소 충전소를 들이냐”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서초구청은 양재 수소충전소 연내 재개장 설명회 개최 결정에 앞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 설명회가 개최되려면 사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일말의 과정 없이 자의적으로 설명회 개최를 판단한 것이다.

“순수한 결정”임에도
수소충전소는 아직 불안하다
이에 서초구 푸른환경과 관계자는 “수소충전소가 주민들에게 기피 시설로 여겨지는 것 같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시험 연구용으로 활용됐던 시설이 상업용 시설로 전환되면 이를 행정기관이 인근 주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민들은 수소충전소의 기술이나 안전성에 대해 잘 몰라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푸른환경과는 수소충전소 재개가 “순수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나,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 없이 일을 진행한 방식이 수소충전소 오너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유소는 괜찮고,
수소충전소는 왜 반대하느냐?”
한편, 일각에선 오히려 수소충전소 재개를 반대한 주민들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사전 통보 없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서초구청인데 주민들이 역풍을 맞게 된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중에 수소차가 일반화되었을 때, 양재동에는 수소충전소 설치해 주지 마라”라고 말하며 서초구 주민들이 보이는 님비현상이 이기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주유소는 괜찮고 수소충전소는 왜 반대하느냐?”라며 수소충전소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는 주민들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수소충전소가 만 개 이상 설치될 텐데, 그때마다 주민의견수렴해야 하나?”라며 수소충전소 확충 과정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현대 넥쏘,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용화된 수소차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수소차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8년 출시한 넥쏘가 유일하다. 넥쏘 판매량은 2018년 730대, 2019년 4,190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1~5월에는 2,300대가 판매됐다. 이는 현재까지 총 7,220대이며, 올 하반기 국내에서 운행되는 넥쏘는 1만 대가 넘을 전망이다.

수소의 열량은 동일 중량당 내연기관 연료의 3배 수준이기 때문에 1kg당 1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배기가스가 제로이기 때문에 친환경 자동차라는 이점이 있다. 더 나아가, 달리는 동안 주변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한 후 수소 연료전지에 사용하고, 다시 배기구로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게 되므로 공기청정기 역할까지 한다.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하면 정부로부터 보조금도 제공받기 때문에, 가격 부담 역시 현저히 줄어든다.

(사진=환경일보)

수소충전소
턱 없이 부족하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 수소차의 큰 단점이다. 현재 국내엔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수소충전소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에 4곳, 인천에 2곳, 경기권엔 7곳, 그 외 지방엔 총 23곳이 존재한다. 2019년부턴 정부의 수소차 지원정책에 힘입어 충전소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게 됐지만, 여전히 이용자 수에 비해 충전소는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수소 충전소 현황은 초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은 112곳, 독일은 81곳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된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310곳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목표한 만큼의 충전소를 세우기 위해선 수소 충전소의 안전성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의 사례와 같이, 충전소를 세우기 적합한 부지를 찾아도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바탕에 둔 지적이다.

인프라의 중요성
무시 못 한다
수소차 1만 대 시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수소 충전소 설치 문제가 수소차 보급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소차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도심 충전소 설치 속도가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 있는 H 국회 수소충전소 직원은 “차가 적을 때는 하루에 80대, 많을 때는 130여 대쯤 온다”라며, “도로까지 차가 줄지어 서 있을 때도 많은데, 차주들이 차가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오려고 하다 보니 몰리는 시간대가 계속해서 바뀐다”라고 말했다.

수소차 사업
계속 이어간다
앞서 언급한 직원의 증언을 통해 그만큼 수소 충전소의 수가 부족하고, 수소차 오너들이 한 충전소에 몰려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 확인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수소차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작년, 환경부는 수소차 추경을 800억이나 늘렸으며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수소차에 대한 투자 및 인프라 확충 사업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건설 비용과 주민들의 인식을 바꿀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