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기아 텔루라이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미국 현지 딜러에선 웃돈을 받는 것은 물론,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모아 경매로 차를 판매하는 모습까지 보여 주목받았다.

그런데 최근 텔루라이드의 북미 판매량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매우 부진했다고 한다. 지난해 온갖 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킨 텔루라이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텔루라이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지난해 2월 북미시장에
출시된 기아 텔루라이드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콘셉트카 때부터 미국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 기아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2월 북미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철저히 미국인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현지 전략형 모델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텔루라이드는 기아차가 미국에 최초로 선보인 대형 SUV로 현대 팰리세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여 만들어진 차량이다.

이 차가 공개되고 난 뒤,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에도 출시해 달라”며 선택권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제조사에게 어필해왔다. 그러나 기아차는 이에 “텔루라이드는 북미 전략 모델이라 국내에 출시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고,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마스터를 출시하며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첫해 판매량 5만 8,604대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텔루라이드의 첫해 북미 성적은 매우 좋은 편에 속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총 5만 8,604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월평균 5천 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기아차 미국 전체 시장 판매량의 9.5% 점유율을 기록했다. 텔루라이드의 라이벌로 지목되던 수입차들 대비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것이 곧장 판매량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올해의 차에 오르는 등 화려한 수상 이력도 이어졌다.

그런데 올해는 텔루라이드 판매 실적이 상반기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월부터 6월까지 총 2만 5,376대가 판매되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크게 떨어진 거 같지 않지만, 기아차는 텔루라이드의 높은 인기 덕분에 조지아 공장 생산 물량을 증가시켰음에도 판매량이 기존보다 감소한 것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 중단에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급감했다
판매량이 감소하자 국내 소비자들은 “잘 나간다더니 얼마 못 갔네”, “한 해 동안 5만 대 팔 동안 다른 라이벌들은 20만 대씩 팔고 있다”, “아직 라이벌 견제할 정도로 엄청난 차는 아니었다”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으며, “그래도 기아차가 이 정도면 선전한 거다”, “해외에서 처음 출시한 대형 SUV가 이 정도 성적이면 잘했다”라며 응원하는 입장들도 다수 존재했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올해 상반기 북미시장 텔루라이드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조지아 공장 가동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예방 차원에서 3월 19일과 20일, 이틀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3월 30일부턴 무려 35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또한 5월엔 부품 수급 문제로 일시 중단되기도 했었다. 증산을 했음에도 공장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차를 제대로 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장 안정화 이후
다시 판매량을 회복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3분기에 접어들어 판매량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판매량을 집계해 보면 기아 텔루라이드는 4만 6,615대를 판매했다. 이 기세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올해 연말까지 6만 대는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다시금 텔루라이드 판매량이 회복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엔 일제히 “북미에서 인기 많아 없어서 못 파는 텔루라이드”, “무섭게 팔리는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헤드라인으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텔루라이드뿐만 아니라 같은 집안 현대 팰리세이드는 텔루라이드보다도 더 많이 판매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과 같이 말이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 효자 역할을 수행 중
현대차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팰리세이드를 필두로 한 SUV 라인업 판매 비중을 70%에 가깝게 끌어올려 매우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 텔루라이드 역시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판매 대수 기준으론 미국 현지 베스트셀링카 20위권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해당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상반기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북미에서 잘 팔리는 건 알겠고 국내에도 좀 출시해 달라”며 국내 출시를 간절히 바란다는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으며, “계속 잘 팔린다고 하는데 그래도 라이벌 판매량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 않냐”라며 “매번 잘 팔린다고 언플 하면서 정작 동급 세그먼트 판매량 몇 위를 기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네티즌들도 다수 존재했다.

인기가 너무 많아 못 파는 걸까
그냥 생산이 부족해서 못 파는 걸까
하지만 기아 텔루라이드 판매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네티즌들은 실제로 수요가 너무 많이 몰린 탓에 차가 없어서 못 파는 것인지, 그냥 생산 물량이 부족해 못 파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국내에선 대부분 언론들이 “텔루라이드의 인기가 매우 좋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현지 상황을 살펴보면 기아 텔루라이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올해 증산을 통해 연간 8만 대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상반기 공장 가동으로 인해 생산 물량이 줄어들어 연말까지 적어도 6만 대에서 많게는 7만 대가량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생산량을 연간 8만 대에서 10만대로 늘리는 작업을 지난 7월에 완료했다. 또한 나이트폴 에디션 모델을 추가하여 기존 모델과 차별화되는 타일형 패턴 그릴, 헤드램프 베젤, 스키드 플레이드, 흡기구 장식 등을 검게 칠하는 등의 스페셜 모델도 론칭했다.

기아차는 현재 텔루라이드의 북미 월 판매량 목표치를 8천대로 선정하고 있으며, “텔루라이드를 중심으로 앞으로 몇 달간 예정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상반기 감소한 실적을 만회하고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판매량에도 호조를 띌 전망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북미 자동차 판매량 순위권에선
텔루라이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텔루라이드가 동급 SUV 판매량과 비교했을 때, 과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없어서 못 판다”라는 말을 해도 괜찮을 수준인지는 의문일 수도 있다.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 베스트셀링카 TOP 25를 살펴보면 1,2,3위는 모두 픽업트럭이 차지했고, 4위는 토요타 RAV 4, 5위는 혼다 CR-V, 6위는 토요타 캠리가 차지하는 등 10위권엔 일본 브랜드들이 다수 포진했다.

또한 25위 권에 기아 텔루라이드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현대 투싼만이 9만 1,139대를 판매하며 간신히 마지막 25위 턱걸이에 성공했다. 따라서 생산 물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인기가 많아서 잘 팔린다고 해도 절대적인 판매량은 라이벌에 대적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판매량만 놓고 본다면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보다
더 적게 팔렸다
전체 판매량이 아닌 중형급 SUV로 한정하여 1분기부터 3분기 판매량을 살펴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위는 16만 209대를 판매한 포드 익스플로러, 2위는 15만 2,856대를 판매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 3위는 14만 1,301대를 판매한 토요타 하이랜더가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혼다 파일럿, 토요타 4 러너, 쉐보레 트래버스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 싼타페가 7만 1,176대를 판매해 국산 중형 SUV 중엔 가장 높은 성적인 8위에 올랐고, 기아 쏘렌토는 6만 492대를 판매해 10위에 올랐다. 바로 뒤를 이어 현대 팰리세이드가 5만 9,827대를 판매해 11위에 올랐고, 기아 텔루라이드는 이보다 더 밑인 1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텔루라이드는 4만 6,615대가 판매됐다. 정작 기사로는 별로 접할 수도 없었던 투싼과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가 오히려 텔루라이드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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