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면 싹 다 부도 납니다” 르노코리아 협력사들이 정부에 지원 호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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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협력업체
물류비 상승 고충 털어놔
물량 이전 시 일자리 상실

지난 12일, 르노코리아 협력업체를 대표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정부와 부산시 등에 수출 지원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글로벌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 전쟁 이슈 등 많은 이슈를 극복해왔지만 자동차 수출은 수출 전용선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최근 2년간 수출 물류비가 2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물류비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인해 르노코리아의 주요 수출 품목인 XM3 유럽 판매 물량이 현지 생산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호소문에서는 “최소 생산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직원들의 일자리 상실도 현실화될 수 있다”라며 선박 확보물류비 개선, 항만 시설 이용 비용 개선 등을 요구했다. 본 얘기에 앞서,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수출 실적을 살펴보자.

김현일 기자

전년 대비 63.3% 폭풍 성장
수출 실적 중 84%가 XM3

2022년 르노코리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8% 늘어난 16만 9,641대이다. 전체 실적 약진 배경에는 수출 폭증이 있었는데, 지난해 수출시장 판매량은 11만 7,020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3.3%나 증가했다. 이로써 전체 판매량 대비 수출 실적의 비율은 약 69%이다.

결국 지난해 르노를 먹여 살린 것은 수출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놀랍게도 전체 수출분 중 XM3는 9만 9,166대를 차지하여 약 8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유럽에선 ‘르노 아르카나’라는 모델명을 사용하는 XM3는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이후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XM3 수출 물량 중 59%하이브리드가 차지했으며, XM3는 국내 승용차 수출 모델 중에도 7위에 올랐다.

신차 소식 없는 르노
사실상 수출공장 전락?

수출 물량 폭증으로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한국GM과 함께 르노코리아는 내수 절벽으로 국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이다. 르노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5만 2,621대로 전년 판매량 대비 13.9% 감소했다. 르노코리아는 당분간 본사 전략에 따라 신차를 예고하지 않고 있으며, 반도체 수급 완화와 함께 XM3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7종의 라인업을 유지하게 되는데, 트위지와 조에, 캡처는 단종이 임박했기 때문에 실적이 미미한 마스터를 제외한 QM6, SM6, XM3 세 모델로 내수시장에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주력 모델이었던 QM6마저 지난해 27.3%의 판매 감소를 겪었기 때문에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르노의 내수 절벽은 심화할 전망이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한국이 르노 본사에 있어 수출 공장의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수출 물량의 존재는 더욱 소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엔데믹과 급증한 선사 수요
중국 전기차 굴기도 한 몫

르노코리아와 협력업체들은 2년 연속 적자 경영을 이어온 터라 물류 문제가 가중된다면 XM3는 물론 신규 차종 배치도 불확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물류비용이 오르는 걸까?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일반 컨테이너선의 경우 재작년 1월 381만 원이었던 해상 물류비가 지난해 6월 최고치인 1,360만 원까지 올랐다.

이처럼 해상 물류비가 배로 오른 것은 3년 넘게 줄어들던 수출입 선사 수요가 코로나 엔데믹 과정에서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동차 소비국이었던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수출국으로 탈바꿈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은 지난해 10월까지 260만 대를 수출하며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물류난을 겪게 되었고 시장조사업체 클락슨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2천만 원 수준이었던 자동차 운반선 운임은 지난해 1억 원을 돌파했다.

전용 수출 선사 없는 르노·쌍용
다른 국가 기업 지원 사례는?

BYD 등 중국 완성차업체는 물류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자체 운반선을 구매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인데,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전용 자동차 수출 선사를 확보했다. 그렇지 않은 르노와 쌍용은 물류비 상승을 직면한 것도 모자라 선박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쌍용의 경우 올해 5~600대의 선복량을 겨우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작년의 15% 수준이다. 나머지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중소 선사 여러 곳과 계약을 맺긴 했지만, 그런데도 모자라는 선복량은 비용은 물론 통관절차 역시 까다로운 컨테이너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공통으로 맞이한 현실인데, 프랑스 정부는 초과 이익을 달성한 선사들의 운임을 동결하거나 할인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수출을 위한 선박 확보를 최우선으로 지원한다.

사진 출처 = “뉴스1”

부산 수출 15~20% 차지
“지역 경기 침체 우려된다”

르노코리아와 부품 협력업체들은 부산 수출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부산공장의 경쟁공장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육상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현지 물량 대처에 훨씬 유리하다. 더불어, 르노코리아 1차 협력업체 중 중소기업 종업원 수는 6만 4천여 명인데, 이미 몇 군데가 생산 감소로 근 1~2년 새 폐업 혹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상태이다.

르노코리아협력업체협의회의 호소문에 대해 부산상공회의소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은 “정부와 시가 부산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업계 전체의 문제로 판단하고 전용 선사 매칭, 물류비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라며 “지역 경제계도 최근의 위기가 수출업계 전반에 다양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모니터링과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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