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9에
테슬라 충전 방식 채택
수퍼차저 시대, 도래할까

현대차 측이 미국에서 생산 예정인 2026년형 아이오닉 9에 테슬라 충전 규격(NACS)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대차가 독일 생산 아이오닉 5에 이어 두 번째로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 방식인 NACS를 채택한 사례다.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로, 향후 글로벌 전략을 좌우할 플래그십 모델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NACS 포트 채택을 결정한 이유는 단순히 충전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 내 전체 DC 급속 충전기의 60% 이상이 테슬라 슈퍼차저 기반이라는 현실적 인프라 지형에서, 충전 포트 전환은 전기차 경쟁력 확보의 필수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충전소 설치에 따르는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충전 스트레스를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를 선제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NACS, 충전의
통일 그 이상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채택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충전 표준을 재편하려는 현대차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23년 말, 테슬라와의 협업을 통해 북미 시장 내 자사 전기차의 NACS 포트 전환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후 아이오닉 5 일부 유럽 모델에 NACS 채택을 시범 적용했고, 이번 아이오닉 9은 이를 본격 양산 모델에 최초 적용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테슬라가 주도한 NACS는 CCS(복합충전표준방식)와 비교해 충전 구멍이 적고, 플러그가 작고 가벼워 사용자 친화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는 미국 내에서 가장 촘촘한 충전 인프라를 자랑하는 만큼, NACS 채택은 소비자 체감 만족도에도 직결된다. 현대차가 NACS를 채택함으로써 차 한 대를 사더라도 ‘어디서든 충전 가능하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판매 전략에서 매우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는 단순히 NACS로 충전만 해결하려는 게 아니다. V2L(Vehicle-to-Load), V2V(Vehicle-to-Vehicle) 등 차량의 배터리를 이용해 외부 기기나 다른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도 병행 개발 중이다. 이런 ‘파워셰어’ 기술이 향후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경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며, NACS 기반 충전 시스템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효율적 기반이 된다.


국내 도입 가능성
다소 어려운 상황
아이오닉 9의 NACS 채택이 북미 시장에 국한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국내 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의 국내 NACS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 충전 인프라는 대부분 CCS1, CCS2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테슬라 슈퍼차저 역시 자사 차량에만 개방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전환에는 막대한 예산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NACS 규격을 채택하는 브랜드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국제적 충전 표준 논의에서 NACS가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도 중장기적으로는 복수 규격 대응 체계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들이 NACS 기반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한다면, 국내 충전 규격 표준화 논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시장이 단순한 차량 경쟁을 넘어 충전 생태계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NACS 채택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9을 통해 내건 이 신호탄은, 충전 편의성 중심의 1차 경쟁을 지나, 배터리 활용성과 충전 경험의 질을 높이는 2차 전기차 혁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충전도 브랜드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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