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안 팔리는 일본 차
카니발 독주에 도전하는
오딧세이 그리고 시에나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기아 카니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브랜드가 미국 전용 모델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차량이 정작 일본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는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전략형 미니밴으로,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수입된다. 좁은 일본 도로 사정과 경차 중심 문화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실용성과 대형 차체를 중시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또 다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SUV를 대체하는
한국서 살아난 미니밴 수요
한동안 국내에서 외면받았던 미니밴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2018년 6.4%였던 미니밴 점유율은 2020년 4.7%까지 줄며 침체기를 맞았다. 카렌스, 올란도, 코란도 투리스모가 모두 단종되고, 기아 카니발만 살아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미니밴 점유율은 다시 7.0%로 반등했다. SUV가 대형화되면서 오히려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정숙성을 제공하는 미니밴이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 틈을 타 혼다는 오딧세이 부분 변경 모델을, 토요타는 시에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한국 시장에 투입했다. 두 차량 모두 전장 5.1m 이상, 북미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형 미니밴으로,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SUV보다 낮은 탑승 높이와 여유로운 3열 공간은 자녀가 많은 가정이나 다인승 수요층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입 미니밴은 대부분 고급 트림만 국내에 들어와 판매된다. 오딧세이는 6,290만 원, 시에나는 7,000만 원 수준부터 시작해, 국내 소비자에게는 선택 가능한 대안이기보다는 고가의 수입차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카니발은 3,551만 원부터 시작해 하이브리드 모델도 4,000만 원 초반에서 구매 가능하다. 여기에 9인승 선택 시 개별소비세 면제라는 혜택까지 더해져, 가격 격차는 더 커진다.

가격은 2배 안전성은 비슷
수입 미니밴의 한계
세 모델은 모두 전장이 5.1m 이상으로 덩치는 비슷하지만, 가격과 구성에서 차이가 크다. 카니발이 가성비를 앞세웠지만, 시에나와 오딧세이는 고급 편의사양을 무기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의 충돌 안전성 결과를 보면 기대와는 다른 평가가 나온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2025년형 기준 카니발은 측면 충돌에서 양호함을, 오딧세이는 전면 중간 충돌에서 나쁜 등급을 받았다. 시에나는 일부 트림에서만 양호한 평가를 받았고, 전체적인 신뢰도 확보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내 공간과 주행 안정성은 수입 미니밴이 다소 앞서지만, 가족 차에서 중요한 유지비, 세제 혜택, 사고 후 복구 비용 등 현실적 요소에서 카니발의 우위는 뚜렷하다. 특히 오딧세이와 시에나는 모두 일본 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미국 전용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비 접근성도 불리하다. 이런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실제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카니발은 가격, 공간, 제원, 혜택이라는 4박자를 고루 갖춘 실전형 미니밴으로 평가받는다. 수입차가 제시하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차별화된 편의사양은 매력적일 수 있으나, 실속과 실용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카니발이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남아 있다. 일본 차지만 일본에선 팔리지 않는 미국형 일본 미니밴이 한국 시장에서 진짜 경쟁자가 되려면, 그만큼 명확한 설득력과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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