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쏟아도 답 없네’.. 정부 공들인 실버존, 운전자들 분통 터진다는 근황

노인보호구역 사각지대
제도 있지만 단속은 없어
보행권 여전해, 세금 녹았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지도 거리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서 노인 보행자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국 곳곳에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호 기능 없이 방치되고 있다. 이는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강원 원주시 역시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안전 인프라와 단속 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표지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보호구역에는 인도조차 없는 곳이 많고, 과속과 불법 주정차는 일상처럼 벌어지고 있다. 이에 수많은 고령자는 노인보호구역의 사각지대에서 속에서 여전히 위험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지정만으로 보호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진 출처 = ‘서울시’
사진 출처 = ‘네이버 지도 거리뷰’

이름만 노인보호구역
실상은 무방비한 위험지대

원주시에는 현재 21곳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예시는 원주노인종합복지관 앞 도로다. 해당 구간은 보호구역임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도로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차선은 1.5차선도 되지 않아 차들이 중앙선을 넘나들고, 인도는 끊기거나 아예 설치조차 되지 않아 노인들이 차도 위를 걷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횡단보도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차들이 다수 목격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안전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불안을 호소한다. 이에 한 시민은 “노인보호구역이라 쓰여 있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며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보도도 없이 걸어야 하니 늘 아찔하다”라고 말했다. 보행로가 없는 도로를 건너는 노인들에게 교통안전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표지판 하나로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엔 현실이 지나치게 거칠다.

문제는 단속 인프라다. 원주 전역에서 CCTV가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은 단 한 곳, 혁신도시 보훈요양원 앞뿐이다. 나머지 보호구역은 표지판 외엔 아무런 단속 수단이 없다. 예산을 들여 보호구역을 추가 지정하더라도, 실제로는 불법 주정차 단속도 하지 않고 과속 차량도 방치된다. 단속 장비 없는 지정 확대는 실효성 없는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출처 = ‘경북지방경찰청’

스쿨존과 너무 다른 조처
세금 썼지만, 실효성 0%

현행법상 노인보호구역은 차량의 운행속도를 시속 30km 이내로 제한하고, 불법 주정차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과 달리 사고 발생 시 가중처벌 규정도 없고, CCTV 설치나 방호 시설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단속이 어렵고, 사고 발생 시 형량도 가볍다. 이름은 ‘보호구역’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보호 수단도 갖추지 못한 채 방치된 구간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형식적인 지정만 반복해선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행 제도는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표시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하며, 보호구역을 눈에 보이는 구조로 재정비하고, CCTV 설치와 방호울타리 의무화를 통해 물리적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인 장비와 제도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금 써놓고 아무런 효과도, 근거도 없으면 낭비 아닐까?

실제로 노인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강원도 내에서 발생한 노인 교통사고는 1,400여 건에 달했으며, 사망자 수는 72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노인보호구역은 표지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로 기능해야 한다. 형식적인 지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갖춘 공간으로 바뀌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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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어진 기자 Parkej@auto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