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법이 바뀌어도 자동차 결함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이유

비하인드 뉴스|2018.12.08 22:06

몇 년 전부터 헬조선이라는 말이 조금씩 유행했다. 매년 실업자와 취업 준비생이 늘어가는 추세, 이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공무원 준비생, 젊은이의 열정을 값 싸게 악용하려는 업주의 횡포 등은 청년 세대에게 절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청년 세대는 자조적으로 우리나라를 조선으로 낮춰 말하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모자라 지옥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헬을 붙여서 헬조선이라 부르게 됐다.

한국형 레몬법이 내년인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을 때만 소비자가 하자 있는 자동차를 교환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넓은 개념인 하자가 아니라 결함이 있는 경우로 한정한 점, 입증 책임이 비전문가인 구매자에게 있다는 것, 심지어 이마저도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결함 있는 자동차를 교환하거나 환불 받기란 두메산골에서 볼 수 없는 바다처럼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헬조선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상황. 미국의 레몬법을 참고해서 만든 한국형 레몬법은 소비자를 불합리의 불구덩이에서 꺼내줄 수 있을까?




미국과 비교하면

반쪽짜리 레몬법

로컬라이징은 일을 실제 진행하는 곳의 특성에 맞추는 것을 말한다. 경영학에서 나온 용어로, 현지화라고도 한다. 이 말이 부정적인 색을 띄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해외에서 중저가로 팔리는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관세 이상의 가격이 붙어 중저가 브랜드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거나, 제도 등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바뀌면서 소비자가 불만을 느낄 때다.

해외 법인이 정식으로 한국에 들어올 때 기업의 이름 뒤에 코리아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코리아가 붙으면 현지화가 완료됐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시행도 되지 않은 한국형 레몬법이 완벽하게 로컬라이징을 한 듯하다. 미국의 레몬법은 소비자의 권익을 강력하게 보호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레몬법을 이야기할 때는 캘리포니아의 레몬법을 가리킨다. 


이 법에서는 '사망이나 중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일한 하자'가 2회 이상 반복해서 수리되거나 '그 외의 일반적인 하자가 동일하게 4회 이상 반복'될 때 소비자는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혹은 소비자가 원할 경우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하자 있는 자동차를 계속 타고 다녀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권고나 합의사항에 그치는 교환과 환불에 관한 기준이 있고, 하자가 중대한 결함일 때만 받아 들이는 경우와 비교된다. 이를 개선한 한국형 레몬법은 하자의 범위는 확대했지만 기간과 입증 책임이 문제다.


캘리포니아 레몬법에서는 법의 적용받는 대상 차량을 인도 후 18개월 이내 또는 주행거리 18,000마일(28,968킬로미터)으로 정해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8개월 또는 18,000마일이라는 점이다. 한국형 레몬법에서는 인도된 후 1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가 2만 킬로미터를 넘지 않아야 한다.

풀어서 말하면 1년이 넘으면 주행거리가 2만 킬로미터가 안 됐어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1년이 넘지 않아도 주행거리가 2만 킬로미터가 넘어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하와이는 24개월 또는 24,000마일(38,624킬로미터)로 더 엄격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소비자에게 하자의 입증 책임이 없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정비 기록 등의 구비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법에 명시된 조항을 만족하면 소비자가 불이익을 보는 일은 거의 없고, 자동차의 하자가 입증되고 나서는 제조사가 소비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댄다. 소비자의 지갑이 열릴 일은 없다.


한국형 레몬법은 어떨까? 놀랍지도 않다. 인도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는 제조사가 하자를 입증해야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입증 책임이 넘어간다. 기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완전히 없애지 않은 것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소비자가 하자에 관한 결과에 불복한다면 재판을 신청할 기회가 주어진다. 결정 후 30일 이내에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한국형 레몬법에서는 중재부의 중재 결정이 '자동차 제작자 등과 하자 자동차 소유자에 대해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판결과 확정판결은 다르다.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나 상고 등을 통해 상급심으로 갈 수 있지만 확정 판결은 그렇지 않다. 돌아선 연인의 마음처럼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만약에 중재부에서 차량에 하자가 없다고 결정을 내리면 소비자는 해당 문제를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된다.


징벌적 손해 배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레몬법 코리아 에디션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픈데, 소비자의 권익이 보호받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 아직 남아 있다. 자동차 구매를 예정하고 있다면 눈을 크게 뜨시라. 국내차든 수입차든 자동차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자연스럽게 정식 등록을 하게 된다. 안 된다. 정식 등록은 바로 안 하는 편이 좋다.


(사진=모터그래프커뮤니티)

정식 등록을 하고 인수증을 받게 되면 자동차 소유권이 운전자에게 넘어간다. 인수 직후에 중대한 결함이나 사소한 하자가 생겨도 제조사가 당장은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정식 등록을 하지 않고 인수증에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시번호판으로 운행할 수 있는 최대 10일 동안 자동차에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자. 이 기간에 발생하는 하자와 중대한 결함에 관해서는 제조사에 책임이 있고 소비자가 원하면 자동차의 인수를 거부해도 된다. 폭스바겐에서 1년이 넘은 차량을 신차로 출고한 일이 있었는데 소비자가 인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일처리가 한결 수월했을 것이다.

참고로 임시번호판을 달았다고 해서 안심하고 인수증에 서명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수증에 서명하면 임시번호판을 달고 있어도 하자에 관해 제조사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임시번호판은 최대 10일까지 가능하지만 기간이 경과한 후 10일 이내에는 3만원의 과태료가, 10일을 초과하면 하루가 지날 때마다 1만원이 추가되며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사진=Instagram @js_7945)

국산차의 경우 임시번호판 장착을 거부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수입차의 경우에는 임시번호판을 달아주지 않는 딜러의 이야기가 왕왕 들린다. 한 조사기관이 취재했을 때 60%의 수입차 딜러사가 임시번호판을 거부했다고. 


수입차 수익 구조가 복잡해서 교환이나 환불이 이루어졌을 때 세금 문제와 환수 차량의 처리가 곤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문제 있는 차량을 인수한 소비자가 겪는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관련한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은 자동차 제조사가 임시번호판 부착을 거부한다고 해도 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될 뿐이다.




기성 세대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성장과 발전에 때 크든 작든 기여했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에 문제가 있다면 나름의 책임감을 느끼는 탓일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며 질책하기도 한다. 


그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원래 세상은 바뀌는 법이다. 흥선대원군이 펼친 쇄국정책이 지금은 씨알도 안 먹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술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도 나아진 제도와 정책을 통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문제는 너무 천천히 바뀌고 있는 점에 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법이 강자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법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임을 뜻한다. 지금의 법은 소비자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레몬법을 참고했다고 하는 한국형 레몬법은 사실 반쪽짜리도 못 되는 것 같다. 아직 헬조선이다.

오토포스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오토포스트 Co., Ltd. All Rights Reserved.


댓글(0)